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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칼럼

암 임상연구에 대하여

 

저는 얼마 전 직원 건강검진을 하면서 몇ml의 혈액을 더 채혈해서 연구에 이용하는 임상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참여 자체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기도 했지만 (어차피 검진을 위해 채혈하는 것에 더해서 조금 더 뽑는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많은 환자들에게 임상연구참여를 권하게 되는 입장에서의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임상연구에 참여하여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한 사람의 피험자가 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임상연구, 또는 이 중에서도 의약품 임상시험에 대한 시선은 양 극단을 오가는 것 같습니다. 한편에서는 신약과 신기술에 대한 기대가 팽배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환자를 소위‘마루타’로 여긴다는 의심과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보는 임상시험의 모습은 그리 극단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양 쪽의 모습, 즉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암, 특히 항암제 치료의 대상이 되는 진행암은 임상연구가 가장 활발한 질병입니다. 임상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약제들은 암환자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가 2000년대 초반 전공의로서 수련을 시작했던 시절, 담당했던 전이성 폐암환자들은 구토와 탈모가 심한 주사 항암제를 이용하여 항암치료를 받았고 평균 기대여명은 1년이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특정한 암유전자 변이를 찾아서 이에 맞는 약제를 사용하고, 표적치료제를 투여받는 폐암환자의 경우 평균 기대여명은 2-3년이 넘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면역치료제 또한 최근 수년간 눈부신 발전을 보인 약제로서, 흑색종과 폐암 및 두경부암, 방광암, 위암, 간암 등의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90년대 말 까지만 해도 HER2 양성 유방암은 다른 유방암보다 수명이 더 짧고 항암제에도 안듣는 난치병이었지만, 다양한 HER2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된 지금은 어떤 암종보다 많은 치료기회가 있고 수명 또한 획기적으로 늘어난 질병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 개발된 구토억제제와 백혈구 조혈인자 촉진제 덕분에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좀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약제들은 실험실에서만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들에게 투여하여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 즉 임상연구를 거쳐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신약을 개발한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임상연구에 참여한 피험자들 덕택에 지금의 환자들이 향상된 치료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피험자들 자신 또한 신약의 효과 덕에 장기적인 생존을 누리는 경우 또한 종종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임상연구에 참여한 덕분에 평균적인 예상수명을 넘어서 4-5년 이상 장기적으로 생존한 진행암 환자들을 종종 만나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임상연구가 처음이 기대했던 바와 같이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임상연구에 참여한 모든 피험자들이 시험약의 효과로 치료에 도움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때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와 간호사들은 피험자의 건강을 면밀히 살피며,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가능한 한 최선의 치료를 하고 부작용 정보를 수집하고 정량화 하는 등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임상연구에 참여를 권유받았을 때에는, 가능한 한 정보를 충분히 검토하고 참여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어 보아야 할 부분은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경우와 참여하지 않는 경우의 차이점입니다. 대개 항암제 임상연구를 환자에게 권유를 할 때는, 질병에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의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새로운 약제의 개발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또한 기존 치료방법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있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즉 담당 의사의 관점에서는 기존치료보다는 적어도 더 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100%는 아니고, 환자분의 관점에 따라서는 참여에 따른 절차나 검사,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내키지 않는 경우인데 의료진과의 관계를 생각하여 억지로 참여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번에 같이 건강검진을 받은 저의 남편은 혈액을 이용하는 임상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추가로 피를 더 뽑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 검진 때는 몇ml 정도의 추가 채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으니 서울아산병원의 임상연구에 공헌해달라고 설득할 예정입니다만, 언제까지나 남편의 자율적인 의사를 존중해야겠지요. 분명한 것은 다소의 불편,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들 덕분에 의학은 좀더 진보하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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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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