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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칼럼

뇌 안에 살고 있는 녹색 눈의 괴물

“오! 왕이시여, 질투를 주의하옵소서. 이는 거짓을 행하는 녹색 눈의 괴물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 나오는 대목으로 이아고가 주인 오셀로와 그의 아내 사이를 이간질하는 말이다. 오셀로는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믿고 질투에 격노하여 결국 파멸에 이른다. ‘녹색 눈의 질투심’이라는 비슷한 표현이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등장한다. 셰익스피어가 질투를 녹색으로 비유한 것은 질투에 눈이 멀면 담즙이 과도하게 분비된다는 그리스인들의 믿음에서 유래한다.

 

직장상사가 내 동료의 보고서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순식간에 내 얼굴이 달아오르고 맥박과 혈압은 오른다. 동료의 성공에 애써 웃음짓지만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다. 상사의 몇 마디 말에 내 마음이 이렇게 불편해지다니. 이것이 바로 녹색 눈의 괴물 ‘질투’라는 감정이다.

 

질투는 남과 나를 비교함으로써 생긴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남이 뭘 하는지, 뭘 갖고 있는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또 비교당하면서 살아왔다. 과거에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더라도 내가 오르지 못한 지위, 내가 이루지 못했던 남의 성공을 바라보며 나의 목표를 더 높게 잡는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한 방에 넣어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서로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누가 더 똑똑할까? 누가 더 잘 생겼나?  누가 옷을 잘 입었나? 우리 인간은 모두가 다 다르다. 그런데 그 ‘다름’이 문제를 일으킨다.

 

경쟁자의 큰 실패를 보고 싶지는 않지만 작은 실패에 소심한 기쁨을 느끼곤 한다. 물론 결코 유쾌한 감정은 아니지만 성인군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질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어두운 감정은 우리 뇌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에게 질투를 유발하는 여러 이야기를 보여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다. 질투를 느낄 때 흥분한 뇌는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였다. 이 곳은 실제 일어난 일이 애초의 기대와 다를 때 흥분한다.

 

한편, 경쟁자의 실패에 흡족해한 곳은 복측 줄무늬체(ventral striatum)였다. 이 곳은 즐거운 대상으로부터 쾌감을 느낄 때 흥분한다. 매우 흥미롭게도 전대상회와 복측 줄무늬체의 흥분은 피험자가 이야기 속 경쟁자를 실제 자신의 경쟁자로 여길 때만 관찰되었다. 비교대상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나와 무관하다면 우리는 질투를 그리 느끼지 않는다. 원래 꼴찌는 1등을 질투하지 않는다. 1등을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2등이다(그런데 2등에 대한 1등의 질투가 더 강할 때도 있다). ‘너의 성공은 나의 아픔이요,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 뇌과학은 이 서글픈 명제가 사실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내가 이루지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면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질투가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치열한 세상에서 남자의 질투가 나라의 운명을 바꾼 예도 있다. 질투를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 감정 뒤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감정은 선택이 아니지만 행동은 선택이다. 악의적인 질투는 ‘내가 갖고 있지 않으니 너도 가지면 안 된다’는 식이다. 상대와 나를 동일하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대를 흠집 내어 깎아 내리는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질투는 ‘네가 해 낸 일을 나라고 못할 쏘냐?’라며, 남의 성공을 동기부여의 기회로 삼는다. 그를 깎아내려 나와 같게 만들 것인가, 나를 끌어올려 그와 같게 만들 것인가? 질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은 틀렸다. ‘부러워만 하면 지는 거다’가 맞는 말이다.

 

내게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나는 그와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는 매우 훌륭하여 내가 그의 라이벌이라는 것만으로도 내가 빛이 난다. 그의 존재가 내 가치를 드높여주는 것이다. 그의 성공은 나를 더 노력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늘 감사한다. 내가 그를 이기려고 짓밟으면 나의 가치도 추락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 그가 그의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소심한 내가 한 가지 더 바란다면, 내가 그 보다 조금 더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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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화

    신경과,뇌졸중센터

    뇌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