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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칼럼

정상안압 녹내장

녹내장은 일반적으로 ‘안압의 상승으로 시신경이 물리적으로 눌려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이 초래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소위 안압이 정상범위 (10~19mm Hg)를 벗어나지 않고 안압상승이 동반되지 않은 녹내장인 정상안압 녹내장이 훨씬 흔하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환자의 안압이 정상범위 내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신경에 지속적인 녹내장성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문제는 안압이 높은 상태에서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되면 안과검사나 건강검진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정상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시신경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거나 혹은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는 것이다. 역학조사 결과 이런 이유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녹내장 환자 중 대략 15~20%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녹내장의 유병율은 약 3.5%이고 이 중 77%는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보고를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유병율이 약 2%인 서양에 비해 1.5배 정도 높고 정상안압 녹내장만 살펴보면 일반 고안압 녹내장에 비해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빈도가 3~4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

현재까지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관련 위험인자들이 최근 속속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정상범위 내에서 안압이 높거나 근시가 있는 사람들은 발병율이 높다. 저혈압,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기왕력, 낮은 혈관 관류 압 또한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보고들은 정상안압 녹내장이 시신경 혹은 시신경 주변으로의 혈류장애로 인해 시신경 손상이 발생한다는 설명과 일치한다.

 

그 외에도 고령, 면역장애, 시신경유두 출혈 등 다양한 관련 위험인자들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견되리라 생각된다. 가족력의 경우 부모가 녹내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확률이 2~3배 정도, 형제가 녹내장이 있으면 5~7배 정도 높다. 환자들이 자주 궁금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과연 녹내장 유전자가 무조건 유전이 되느냐이다. 대답은 ‘항상 그렇지는 않다’이다.

 

증상

정상안압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시신경이 서서히 파괴되므로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없다. 그러나 말기에는 시야가 좁아지고 행동장애가 생겨서 자꾸 부딪히고 계단에서 떨어지거나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또한 주변시야가 먼저 손상되고 중심시력은 변화와 통증이 없기 때문에 환자는 말기가 되면 터널에서 밖을 보듯 주변시야는 좁아지고 중심부만 남아있는 시야가 된다.

 

하지만 정상안압 녹내장과 다른 종류인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안구 내 방수유출 장애로 안압 상승이 급속히 생긴다. 이 경우에는 구역질, 구토, 두통,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므로 폐쇄각 녹내장은 정상안압 녹내장과 상당히 다른 임상증상들을 가지고 있다.

 

진단 및 치료

정상안압 녹내장 진단은 폐쇄각, 고안압 녹내장과 같이 ▲안압측정 ▲전방각경 검사 ▲안저 검사 ▲시신경유두(컴퓨터) 분석 혹은 시신경 섬유층 검사 ▲시야검사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안압이 정상이기에 시신경유두와 시야검사가 꼭 필요하다. 치료는 비록 안압이 정상범위이지만 정상안압 녹내장에서도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서양의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도 ‘안압 하강이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하고 있다.

 

안압을 낮춰서 시신경손상 진행을 방지하거나 지연시키는데 약물치료로 안압 하강이 충분하지 않는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나 녹내장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수술의 목적은 시신경손상 진행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안압 하강으로,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복구시키는 것은 아니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발생 및 진행 관련인자가 다양하기에 안압 하강에도 불구하고 시신경 혹은 시야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녹내장의 치료는 안압 하강 외에도 다양한 다른 위험인자에 대한 관리와 치료, 그리고 짧은 미래에는 시신경 보호를 위해 세포학, 분자학, 유전학적 차원에서의 치료 및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관리 및 예방

일상생활에서의 녹내장 관리는 금연을 하고 물구나무서기, 요가, 역기 등 안구에 피가 몰려 안압이 올라가는 자세나 꽉 조이는 넥타이를 피하는 것이 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갖고 혈류개선을 위해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고, 충분한 수분과 황산화제가 포함되어 있는 야채나 과일, 녹차, 검은 초콜릿 등을 섭취하면 시신경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시야손상이 말기가 될 때까지 안압이 정상이고 특별한 증상을 못 느끼고 서서히 진행이 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매우 불리한 질환이다. 따라서 조기진단과 발견 시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다.
녹내장 예방을 위해서는 만 40세가 되면 녹내장 위험인자들을 고려해 1~2년에 한번은 녹내장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안압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정상안압 녹내장 진단을 위해서 시신경 및 시신경 섬유층 검사, 시야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정상안압 녹내장 치료의 목적은 손상된 시신경 회복이 아니라 진행을 늦추거나 궁극적으로 멈추게 하는데 있다. 따라서 녹내장 확진 시 시신경 그리고 시야검사가 환자의 녹내장 진행 여부 및 진행속도 판단을 위해 담당의사와 상태에 따라 주기적인 관계유지가 필요하다.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시야검사는 시신경의 기능 그리고 삶의 질과 관련 시야능력을 판단하기에 꼭 필요하다. 한 번 더 강조하면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처럼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는 평생 안과의사와 관계를 유지하며 질병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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