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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칼럼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영국 스튜어트 왕가의 제 3대 왕 찰스 2세는 1660년 왕위에 올랐는데, 기록에 의하면 1685년 2월 아침에 침실에서 면도를 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하게 불려온 주치의는 부지런히 다음과 같은 치료를 했다고 전해진다. 『왕의 오른팔에서 한 파인트(0.568리터)의 피를 뽑은 다음, 왼쪽 어깨에서 다시 8온스(약 225그램)의 피를 뽑았다. 왕에게 토하는 약을 먹인 후, 설사약을 두 첩 복용시키고 관장을 하였다. 또 왕의 머리카락을 깎았는데 두피에 물집이 생겼으며, 크리스마스로즈 뿌리의 가루를 코에 넣어 재채기를 시켜 뇌를 씻어냈다. 토하는 약은 시간을 두고 반복 투여하였으며, 송진과 비둘기 똥으로 만든 고약을 왕의 양쪽 발에 붙이고, 한 번 더 피를 뽑았다. 사람 두개골 추출액 40방울과 여러 약초들을 섞어 투약하였다…. 왕은 죽었다.』
17세기의 의료인이 비둘기 똥까지 사용해 가면서 왕의 명(命)을 재촉한 경우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 1799년 12월 어느 날 새벽부터 열이 났고 호흡이 힘들어졌다. 당시의 고열치료는 피를 뽑는 것(방혈[放血], phlebotomy)이었다. 당시 세계적인 명문 의과대학이었던 영국의 에든버러 의과대학 출신의 의사들까지 불리어 와서 한 일은 조지 워싱턴의 피를 뽑아 버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네 번에 걸쳐 뽑아 버린 조지 워싱턴의 피의 양은 2.5리터에 달했다. 호흡곤란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날이 가기 전, 조지 워싱턴은 사망했다. 18세기 말의 의료인이 미국 건국(建國)의 아버지의 명(命)을 재촉한 경우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15세기말 경부터 1940년대에 페니실린이 나올 때까지, 매독(syphilis)은 유럽 사람들의 끈끈한(?) 삶의 동반자였다. 파리시민 중 적어도 3분의 1이 매독환자였다는 주장도 있고, 우리가 알만한 예술가 혹은 작가들은 대부분 매독환자였다. 당시 매독의 치료제는 수은(mercury)이었다. 수은을 끓여서 나오는 증기를 마시거나 증기 위에 올라앉아서 항문으로 증기가 들어가도록 했다는데, 환자들은 매독으로 인한 고통과 함께 수은 중독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피부과 교수였던 Caesar Boeck은 수은 치료가 해롭다는 확신을 가지고 1891년부터 자신의 환자들에게는 수은 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관찰을 했다. 1,400여 명의 조기 매독(early syphilis) 환자들에 관한 기록은 매독의 자연사 연구에 큰 업적이 되었다. 비록 자신의 매독환자들을 당장 치료하지는 못했지만(치료 받지 않은 조기 매독환자가 후기 매독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30% 정도이다. 즉 적어도 70%의 환자는 자연치유가 되었다), 19세기 말의 이 의료인은 적어도 환자들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았다.

헝가리 출신의 이그나츠 필립 젬멜바이스는 1846년부터 오스트리아 빈병원 제1산과병동(obstetrical ward)의 조수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세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던 빈의 산과 병동은 의과대학생의 실습을 위한 제1병동과 조산부들의 양성을 위한 제2병동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산욕열(puerperal fever : 분만 후 감염으로 생기는 패혈증)에 의한 산모의 사망률은 두 병동이 판이하게 달랐다. 조산부들이 환자를 돌보는 제2병동의 임산부 사망률은 3% 정도였는데 비하여, 제1병동은 평균 10%를 기록하고 있었다. 산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의사들이 없는 제2병동에 입원하기 위해 젬멜바이스에게 울며불며 매달리기 일쑤였다. 충격을 받은 젬멜바이스는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였고, 결국 부검실에서 실습을 하다가 바로 산과 병동으로 가서 진찰을 하는 학생들의 깨끗하지 않은 손이 산욕열을 옮기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젬멜바이스는 산과 환자를 진찰할 때에는 누구든 염화칼슘 용액으로 손을 씻도록 하였다. 그의 노력 덕분에 제1산과병동의 사망률은 1.27%까지 감소하였다. 후대의 한 역사가는 그를 ‘의학의 역사를 장식한 멋진 의사들’ 중의 한 명으로 분류하였다.

찰스 2세와 조지 워싱턴을 진료한 의료인들도 당대의 기준으로 진료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정확한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그 당시에 비하면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환자를 대할 때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원칙들과 증거들도 꽤나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손 씻기는 우리 환자들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꽤나 중요한 의료행위이다. 의학의 역사를 장식한 멋진 의료인은 되지 못하더라도 나쁜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배우지 않았는가? 알면서 안 하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그래. 손을 잘 씻자. 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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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호

    감염내과

    중환자감염,HIV 감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