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진
  • 진료예약
  • 예약조회
  • 병원안내
  • 건강 정보
예약 및 문의 1688-7575
메뉴열기

서울아산병원

serch
닫기

검색어 삭제 검색

메디컬칼럼

세계적인 여자 육상선수 세메냐, 결국 남자?


2009년 여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깜작 놀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 선수가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오는가 싶더니 다른 선수들과 많은 격차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승 세리모니를 하는 세메냐를 보며 다시 한 번 놀랐다. 남자같이 단단한 상체 근육, 크고 선이 굵은 얼굴, 중저음의 목소리, 수염이 난 듯 거뭇한 턱. 세메냐의 겉모습은 여자라기보다는 남자에 더 가까웠다.

결국 그녀는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던 성판별 검사를 받아야 했고 검사 결과 불완전한 여성임이 밝혀졌다. 그녀에게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있어야 할 난소와 자궁 대신, 남성의 생식샘인 고환이 발견됐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일반 여성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그녀의 내부 생식기는 모두 남성의 특징을 띠었다. 과연 그녀의 신체는 의학적으로 어떤 상태인 것일까?

 

남성 고환에 여성 외부 생식기?


보도된 대로 그녀의 염색체가 남성형인 46XY이고, 양측에 고환이 있고 자궁과 난소가 없다면 그녀는 ‘남성가성반음양’의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남성가성반음양이란 Y염색체의 영향으로 남성의 생식샘인 고환이 만들어졌으나 이후 생식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여성의 외부 생식기가 발달한 경우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양성자’라고 표현했으나 난소와 정소를 모두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엄밀히 얘기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상적인 성분화는 3단계에 걸쳐 일어난다. 첫째, 염색체(X 또는 Y)가 결정된다. 둘째, 이 염색체 안에 있는 유전자에 따라 남성의 생식샘인 고환 또는 여성의 생식샘인 난소가 만들어진다. 셋째, 생식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따라 내·외부의 생식기관이 발달한다. 특이한 점은 Y염색체 안에 있는 유전자와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면 남성으로 분화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여성으로 분화한다는 점이다.

 

남성의 생식기관은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뮐러관억제인자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 두 물질이 없으면 생식기는 자동으로 여성화가 된다. 세메냐는 고환까지는 만들어졌으나 남성호르몬이 충분하게 작용하지 못해 남성화가 완성되지 못한 경우로 보인다. 이는 테스토스테론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았거나,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정상이나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메냐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으므로 수용체에 결함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생후 18개월 전에 치료해야


흔히 성분화 이상을 겪은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발견이 되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알게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거나, 불임을 진단받을 때이다. 얼마 전 우리 병원에 28세 여성이 방문했는데, 그녀는 키가 크고 외모도 여성으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생리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아랫배 양쪽에는 만지면 잡히는 덩어리가 있었다.

 

검사 결과 놀랍게도 그것은 고환이었다. 또 염색체는 46XY로 나타났다. 성분화 이상은 드물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병은 아니다. 여러 전문의와 상의해 이상적인 성 결정을 한 후 다른 병처럼 치료하면 충분히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나이는 성을 결정하는 인자 중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성 정체성은 생후 18개월 전후에 굳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늦어도 30개월까지는 확고하게 형성된다. 따라서 이 시기 이후에 그동안 지켜오던 성을 바꾼다는 것은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므로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다. 신생아 때 성분화 이상의 증상을 보이면 음경의 크기로 남성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한다.

 

남성의 외부 생식기를 가진 여성가성반음양의 경우라면 잠재적인 임신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여성으로 키워야 한다. 하지만 심하게 남성화된 음경을 가져 남아로 키워왔다면 성결정에 중요한 시기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계속 남아로 키우도록 한다. 성을 결정한 뒤에는 성과 일치하지 않는 생식샘과 내부 생식기관을 제거하고, 성에 맞게 외부 생식기관을 성형할 수 있다.
 

세메냐, 여자 선수로 자격 없나


그렇다면 세메냐는 여자로 봐야 할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사회적 인식, 문화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결정해야겠지만 의학적으로만 대답하면 여성으로 대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최종적인 외음부 신체상태가 중요한 결정 요인이다. 객관적으로 완전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여성선수로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남성 호르몬 수용체가 완전히 차단된 경우라면 발달한 근육이 테스토스테론 덕분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 성분화 이상 환자의 대부분은 호르몬에 의한 영향과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뼈가 원활하게 성장하지 못한다. 때문에 환자의 대부분은 성인이 돼도 키가 작다. 일부에선 세메냐가 남성성을 가졌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스포츠를 잘하기 위한 심폐기능 등이 모두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만큼,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더 노력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다.

  • 김건석님의 목록 이미지입니다.

    김건석

    소아비뇨의학과,비뇨의학과,소아청소년 암센터

    소아비뇨기질환,일반 비뇨기질환(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