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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칼럼

게놈프로젝트, 비밀 혹은 보물을 찾는 여행

 

1. 인간의 아이와 신의 아이가 대결한다?

 

에단 호크와 우마 서먼 주연의 가타카(GATTACA)라는 SF 스릴러영화가 있었다. 인류가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이후의 사회를 다루는 영화로, 제목 가타카는 구아닌(G)과 아데닌(A), 티민(T)과 시토신(C)으로 구성된 DNA의 염기코드를 의미한다. 영화속의 미래사회는 유전학적인 우성인자로 만들어진 '인간의 아이'와 부모의 사랑으로 생긴 '신의 아이'로 철저하게 구분되어져 있다. 우성유전자를 지닌 맞춤형 인간은 사회의 상류층을 형성하며, 자연산(?)이기 때문에 열성유전자를 내포할 수밖에 없는 신의 아이들은 사회의 밑바닥 계층을 형성하는, 이른바 생물학적 유전자 계급사회인 것이다.

 

이 시대에는 인간의 피부색에서 머리색깔, 장기와 폐활량, 심지어 성격까지 '주문생산'되고, 혈액 한 방울, 머리카락 한 올로도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와 개체 인식이 가능하다.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난 빈센트(에단 호크)는 우주항해사의 꿈을 갖고 있었지만, 수많은 열성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그 꿈을 이루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빈센트는 유전자 암거래 시장을 통해 우성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DNA를 사들여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 취직하고, '신의 아이' 빈센트는 결국 자기의 꿈을 이루게 된다.

 

이 영화는 인간의 유전자 지도 완성을 목표로 한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초기단계에 제작되었지만,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른 현재 많은 사람들은 머지않아 도래할 가타카의 세상에 대해 기대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계획인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과연 어떻게 시작되었고 얼마나 진행되었으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다면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생로병사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서면서 윤리적 사회적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 호모사피엔스, 생명의 비밀을 캐내다

 

게놈(Genome)이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용어로, 생물의 유전자 정보 총체를 일컫는 말이다.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 등 생체기능을 주관하는 유전정보 단위로서,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의 4개의 염기로 구성된 DNA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염기서열에 의해 유전자가 결정되고, 인간에게는 3만에서 4만 개의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염색체는 DNA를 담고 있는 그릇이며, DNA는 30억개의 염기쌍이 이중나선형으로 꼬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인간 게놈의 DNA 염기서열을 책으로 비유하면 1000페이지 분량의 맨하탄시 전화번호부 크기의 책 200권이 되는 셈인데, 대장균이 300페이지, 효모가 한권 분량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인간의 유전정보가 얼마나 방대한 양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인간 게놈을 구성하는 30억쌍의 염기서열 전체를 밝히고 유전자지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초거대 프로젝트이다. 말하자면 호모사피엔스의 '생명의 책'을 해독하는 작업인 것이다. 인류역사상 최대의 계획이라고 할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국립보건원(NIH)과 에너지성(DOE)의 주도로 1990년에 15개년 계획으로 시작되었고, 현재 18개국 이상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동안 약 30억 달러의 연구비와 1천여명의 연구인력이 10여년 동안 투입되어 왔다.

 

1988년 설립된 인간유전체기구(HUGO)가 인간게놈프로젝트와 관련된 국제적 협력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전세계 유전체 연구자들의 연구활동, 정보교환, 홍보, 교육, 현안문제해결 등을 주관하고 있다. 계획상으로는 2005년에 인간게놈의 전 염기서열 해석을 완료하기로 하였으나, 많은 목표들이 예상보다 빨리 달성됨에 따라 2000년 6월에 이미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최종 완성이 2003년으로 앞당겨지게 되었고 이는 DNA의 이중나선구조가 밝혀진지 5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2000년 6월 27일, 인간게놈프로젝트팀과 민간기업인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 초안에 따르면, 인간의 30억개 염기쌍 중 86.8%가 완료되었고, 완전히 해독된 부분은 21.1%, 초안이 완성된 부분은 65.7%에 이른다.

 

1999년 12월에 22번 염색체의 염기서열 발표를 시작으로, 2000년 5월에 21번 염색체의 염기서열이 발표되었고, 2000년 4월에는 5번, 16번, 19번 염색체의 염기서열 초안이 완성되었다. 특히 21번 염색체는 다운증후군, 알츠하이머, 백혈병과 당뇨병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어 이들 질병 치료의 획기적인 발전이 예상되고 있다. 제임스 와트슨(James Watson)박사가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지 불과 48년만의 일이다.

 

3. 포스트게놈시대, 보물을 찾는 여행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은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기초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고, 그 이후 즉 포스트게놈(post-genome) 시대는 질병의 정복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보물을 인류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포스트게놈시대에는 유전자의 기능연구(기능유전체학)와 개인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일염기변이(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에 대한 연구(비교유전체학)의 큰 두 줄기 방향으로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람이 무병장수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우리 신체의 각 기관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균형된 성장과 대사를 하기 때문이고 이것은 관련된 유전자들과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물질들이 각기 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유전체학에서는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고 이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연구한다. 따라서 질병 현상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질병의 관련 유전자와 발병 원인의 규명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유전자의 기능에 근거하여 21세기에는 인체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다음 의문점으로 왜 개인마다 수명이 다르고 노화 속도가 다른가? 왜 특정한 병에 잘 걸리고 약제에 대한 반응과 치료 효과가 다른가? 개인과 인종, 여러 생물간의 유전체 정보를 비교해서 차이점을 찾아내고 이러한 생체기능의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가 비교유전체학인데, 대표적으로 단일염기변이(SNP)가 있다. 모든 인간은 30억개의 염기쌍중 99.9% 이상이 동일하고 단지 0.1% 미만에서만 SNP를 나타내고 있으며, 0.1%에 불과한 SNP의 차이 때문에 키, 외모, 피부색이 다르고 지능과 성격까지 다르다. 또한 앞서 기술한 많은 의문점들이 이것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에, 개인의 체질, 유전적 성향, 의약품에 대한 반응의 차이를 알 수 있게 되면 향후 새로운 개념의 개인별 '체질의학(또는 맞춤의학)'이 발전할 것이다. 즉 포스트게놈시대의 의학은 '유전자형에 근거한 개인화된 진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마다 어떤 특정 질환에 걸릴 감수성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발생된 질병의 치료 중심'에서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행위 중심'의 '예방의학'으로 전환될 것이다.

 

4. 금단의 지식, 혹은 희망의 열매

 

게놈프로젝트가 일반인들에게 '현실'로 다가오게 된 계기는 아마도 97년 영국에서 있었던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 아닐까 한다. 양 한마리의 탄생으로 생명복제와 복제인간의 출현가능성에 대해 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란이 되었고,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생명복제에 관한법률 제정을 서두르게 하였다. SF 영화에서나 그려지던 미래사회가 결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불안이 증폭되었고, 윤리적, 사회적 문제가 크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계획될 때 이미 여러 학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화 가타카에서처럼 개인의 유전정보를 통해 앞으로 개인의 질병 성향, 성격과 행동양상, 수명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면 개인과 사회에 윤리적,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예견하였다. 따라서 개인의 유전정보를 무차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유전정보를 누구에게 얼마만큼 공개할 것인지, 그리고 이 결정권한을 누가 가지게 될 건지, 인간의 유전자가 사유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사람들을 유전자형에 근거하여 낙인(stigmatization) 찍게 되지는 않을지 등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 이러한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Ethical, Legal, Social Issues; ELSI)는 현재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주요 연구분야로서 인간게놈프로젝트 예산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이 도래한 현재, 기대했던 핑크빛 미래도 염려해왔던 막연한 불안감도 차츰 실체를 드러내며 환상과 불안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와 유전자 지도의 완성은 게놈프로젝트의 끝이 아니라 비로소 진정한 인체 탐구의 시작이다. 그리고 게놈프로젝트의 목적은 생태계 질서의 파괴와 인간의 '주문생산'이 아니다.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 게놈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인류의 영원한 꿈인 생명연장과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사해줄 것이다. 언젠가 가타카의 시대가 온다 할지라도 빈센트처럼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꿈을 이루어간다면, 인간이 추구하고 옹호해나갈 진정한 가치를 잃지 않는다면 게놈프로젝트는 금단의 지식보다는 희망의 열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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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을주

    진단검사의학과,의학유전학센터,암병원,혈액암 및 골수이식센터

    세포유전학, 분자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