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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칼럼

뇌졸중 환자와 분노조절장애

 

200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지하철 방화범은 뇌졸중 환자였다.

그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 환자의 뇌졸중이 이 범죄에 어떤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뇌졸중 환자는 반신 마비, 감각 장애, 시야장애 등과 같은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밖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장애 역시 드물지 않다.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우울증, 그리고 감정조절 장애 증세이다. 서양에서 연구된 바에 의하면 우울증과 감정조절 장애 증세는 뇌졸중 환자의 약 40%, 20%에서 각각 나타난다고 한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바로는 이와 반대로 우울증이 20%, 감정조절장애가 30% 정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증세 이외에도 뇌졸중 환자는 흔히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화를 잘 내는 증세를 보인다. 이러한 뇌졸중 환자의 분노조절 장애 증세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된 적은 없었다. 필자는 신경과 외래에서 일측성 뇌졸중에 걸린 후 3개월~12개월된 145명의 환자를 전향적으로 조사해 보았다. 환자의 신경학적 결손을 조사한 후, 보호자와 환자를 함께 인터뷰 하였다.

 

분노조절장애 현상은 다음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 때 존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1) 스필버그의 분노 스케일 점수가 병전의 점수에 비해 증가한 경우

2) 환자와 보호자가 모두 환자가 병전에 비해 분노를 자제하지 못한다는데 동의한 경우

 

이외 환자의 우울증과 감정조절장애도 조사해보았다.

뇌졸중 환자의 분노조절 장애 증세는 무려 47명, 즉 32%에서 나타났다. 이중 11 명은 아무런 자극이 없이 화가 난다고 하였고 나머지는 배우자, 자식, 친구 등의 행동에 의해 분노가 촉발 되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아무런 자극 없이 발생하는 분노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우울증은 22%에서, 감정조절장애는 32%에서 나타났다. 분노조절 장애 증세는 환자의 마비 증세와 관련이 있었으나 다른 장애 혹은 랭킨 점수로 대표되는 환자의 전반적 신체장애 정도와는 연관성이 없었다.

 

분노조절장애 증세는 우울증과는 상관이 없었으나 감정조절 장애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즉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감정조절도 안되어 쉽게 웃고 울고 하였다. 분노조절 장애 증세를 일으키는 뇌 손상 부위는 전두엽, 기저핵, 뇌교 등에 위치해 있으며, 감정조절장애를 일으키는 부위와 비슷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 필자는 분노조절 장애는 우울증, 감정조절 장애와 더불어 뇌졸중환자의 약 30%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세임을 알 수 있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증세가 신경학적 장애에 의한 2차적인 반응이라기보다는 뇌손상 때문에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현상인 것 같다. 분노조절 장애는 감정조절 장애 증세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증세를 일으키는 병변 부위도 서로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그 병변 부위는 세로토닌 수용체의 밀도가 높은 곳이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의 분노조절 장애는 감정조절 장애와 마찬가지로 뇌 손상에 기인한 세로토닌 시스템 이상의 한 가지 증상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방화 범인은 뇌졸중 때문에 지하철 참사를 일으킨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뇌졸중 환자에서 분노조절 장애가 흔하긴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이들이 고의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즉 뇌졸중 환자의 분노조절 장애는 그저 평소보다 조금 화를 잘 내는 정도의 가벼운 증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의 경우, 뇌졸중이 범인의 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에 일부 역할을 했겠지만 그 범죄 행위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마도 범인에게는 뇌졸중 발병 이전부터 심각한 성격장애나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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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성

    신경과,뇌졸중센터

    급성기 뇌졸중 클리닉,뇌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