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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칼럼

아연이 건강과 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뇌이다.

따라서 뇌 기능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지만, 뇌 구조와 신경세포기능의 복잡성 때문에 현재 생물학의 여러 분야 중 가장 접근하기 힘든 분야 중 하나라고 여겨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분자신경생물학자들은 유전자와 단백질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눈부신 진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뇌 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단백질 뿐 만이 아니다. 당, 지질 등 대사와 관련된 비단백적 유기물질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심지어 금속이온 등의 무기물질들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본 종설에서 다루는 것도 뇌의 생리적, 병리적 현상에 관여하는 아연이라는금속이온이다.

 

뇌 세포, 특히 신경세포 안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아연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존재 이유에 대하여는 최근까지 뚜렷한 답이 없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서 천 여 종류의 단백질들이 아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뇌세포에서도 아연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대사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상당량의 아연이 신경세포의 시냅스말단에 단백질과 결합되지 않은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1950년 말 이후 마스키에 의하여 처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1980년 이후 시냅스에 존재하는 아연이 신경세포의 활동에 따라 방출되어 여러 이온통로들을 조절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방출된 아연의 일부는 다음 단계의 신경세포로 유입되어,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를 조절하게 된다. 따라서 시냅스 아연은 신경 전달 물질일 뿐 아니라 세포 내 신호전달물질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실제로 해마 중 CA3라는 부위에서 기억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long-tempotentiation (LTP)라는 현상에서 아연의 방출과 유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또한 최근 아연이 세포 밖에서 신경성장인자 (Neurotrophin) 수용체 (Trk)를 활성화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보고되어, 신경 세포간의 신호 전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생리작용이 있으므로, 세포내 아연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과정에 여러 종류의 아연 transporter 단백질들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시냅스 소포체 안에 아연이 농축되려면 zinc transporter 3 (ZnT-3)라는 단백질이 필수적이고, 세포내 아연의 농도를 낮게 유지하는 데는 ZnT-1 이라는 단백질이작용한다.

 

아연은 이러한 시냅스에서의 생리적 작용 이외에 여러 병리현상에 기여한다. 그 첫 번째가 신경세포의 죽음이다.

아연은 비교적 세포독성이 약한 금속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신경세포에서 아연의 과다유입은 세포의 죽음을 초래한다. 허혈에 의한 뇌경색이나 외상성 뇌손상, 간질에 의한 신경세포사 등에서 아연의 유입이 세포사의 중요기전이라는 것이 점차 보고되고 있다. 세포내에서 아연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 여러 가지 산화성 손상을 일으키는 과정들이 활성화되는데, 미토콘드리아에 아연의 축적, NADPH oxidase라는 산화성 효소의 활성화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화성 손상은 다시 PARP라는 효소를 활성화하여, 세포 내 에너지 대사 물질들이 고갈되어 세포가 죽게 된다. 이 외에 비교적 약한 아연 독성은p75NTR이라는수용체를 통한 세포고사 (apoptosis)를 일으키기도한다.

 

두 번째는 아연이 노인성 치매에서의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에 기여하는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아연과 결합하여 활성 산소기를 생성하여 세포독성을 일으키고, 아연과 결합된 아밀로이드는 점점 단단하게 변하여 아밀로이드 반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냅스 아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ZnT-3 유전자 적중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확인되었다. ZnT-3 발현이 여성 홀몬인 에스트로젠에 의하여 조절되므로, 여성에서 노인성 치매의 발현이 높은 것이 아마도 양성간 ZnT-3 발현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ALS 등 여러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 아연과 다른 금속 이온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하게 하는 여러 증거들이있다.

 

신경계의 질병에 아연이 관여한다면 아연 자체가 약물 개발의 타겟이 될 수가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아연의 농도를 적절하게 맞추어 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아연과 결합하는 물질들의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비독성 물질들도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최근에 clioquinol이라는 아연 결합능을 가진 항생제가 노인성 치매 모델 생쥐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상당히 줄여준다는 것이 보고되었고, 임상실험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가 보고되었다. Clioquinol은 예기치 않은 독성으로 임상 3상에서 중지되었지만, 아연을 타겟으로 하는 물질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세포 내 축적되는 아연을 타겟으로 뇌졸중에서의 신경세포 죽음을 방지하려는 약물들도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외에 기전은 확실하지 않으나 아연에 의한 신경세포사를 차단하는 효과가 뚜렷한 tissue plasminogen activator (tPA)와 pyruvate 등이 신경세포 보호제로서 고려되고 있다.

 

아연에 대한 첫 의학적 기록은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의 스미스 파피루스에 따르면 피부 연고제에 아연을 넣었다고 한다. 이후 로마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약물에 아연이 첨가되었다. 하지만 아연이 칼슘과 마찬가지로 세포 내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위에 언급한 다양한 아연의 역할은 아마 실제 역할의 아주 적은 부분일 수도 있다. 이 분야의 연구가 뇌 기능을 이해하는 데, 그리고 뇌졸중과 치매 등 여러 신경계 질환의 발병기전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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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영

    신경과,뇌졸중센터

    뇌졸중,치매